산유국 증산 결렬…유가 3년 만에 최고

입력 2021-07-06 18:07   수정 2021-07-07 01:11

주요 산유국 간 원유 증산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중동발 원유 전쟁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유가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거듭된 이견 탓에 원유 정책 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1일 이후 두 차례 연기됐던 OPEC+ 회의가 이번엔 아예 결렬된 것이다. 모하마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다음 회의 날짜는 적절한 시기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OPEC+가 단계적인 감산 완화(증산)를 합의해 시장에 더 많은 원유가 공급되길 기대했던 에너지 시장은 요동쳤다. 6일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76.75달러에 거래되면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WTI 가격은 올 들어 57%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77달러를 넘어섰다.

OPEC+의 불협화음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어깃장에서 비롯됐다. 애초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을 대표하는 러시아는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매달 하루평균 40만 배럴을 증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한 유가를 회복하기 위해 대폭 감산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보다 하루 20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증산하겠다는 얘기다. UAE는 감산 완화 방침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감산 합의 만료 시한을 내년 4월에서 8개월 더 연장하겠다는 방안에 반기를 들었다. UAE는 “기존 감산 시한을 연장하려면 각국의 원유 생산량을 재산정해야 한다”며 자국의 주권적 권리를 강조했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성공할 경우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대량 쏟아질 것에 대비하려면 각국에 할당된 원유 생산량을 재고해야 한다는 게 UAE의 주장이다.

UAE는 자국이 원유 생산량을 더 많이 할당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3년간 생산설비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원유 생산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OPEC+ 논의안대로라면 UAE는 비례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18% 감축해야 한다. 사우디가 5%를 줄이고 러시아는 오히려 5% 증산해야 하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FT는 “UAE는 생산능력의 약 35%나 제한하고 있는 데 비해 다른 산유국의 생산능력은 평균 약 22%만 제한하고 있어 차별받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리서치 컨설팅업체인 에너지아스펙트의 암리타 센 컨설턴트는 “이번 원유 생산량 갈등은 UAE와 사우디가 카타르 및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마찰을 거듭해온 게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선 사우디에 대한 불만이 쌓인 UAE가 OPEC 탈퇴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으면서 중동발 유가 급등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AE가 OPEC을 탈퇴하지 않더라도 반목이 장기화되면 유가는 올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고, 내년엔 10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호주은행 ANZ의 수석 원자재전략가인 대니얼 하인스는 CNBC에 “회담 결렬은 유가 전쟁까지는 벌어지지 않고 오히려 유가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폭등에 미국도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OPEC+ 협상과 이들이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하고 있는 세계 경제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협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관련 관료를 동원해 점진적 증산안이 진전을 볼 수 있도록 타협점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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